성아윤
성아윤
000701
2학년 5반
156cm 43kg

https://youtu.be/shoFicuNrkY?si=jZMR2KSenrd6-KrJ
오랜만에 오빠가 귀국한 탓에 온 식구가 모였다. 혼자 나가 사는 언니부터 시작해서 할아버지까지. 흔히 있는 일은 절대 못 되는 탓에 사용인들은 정신 없이 상을 차리느라 바빴고. 처음에는 서로의 안부를 묻는가 싶더니 결국은 금방 회사 얘기로 돌아가버린다. 할아버지, 아빠, 언니와 오빠 사이에서 오가는 대화에 한낱 풋내기에 불과한 제가 낄 자리가 있을 리 만무했다. 그렇게 한참을 제가 이해 할 수 없는 대화를 이어가던 도중에 할아버지가 갑자기 제게 화살을 돌린다.
너 요즘도 그림 그리니?
핏물이 뚝뚝 베어 나오는 스테이크를 썰던 손이 멈추고. 작은 조각 하나 잘라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. 언니는 다음에 그린 것들 한 번 보여줘 툭 던지고. 그 반대 편에 앉아있는 오빠는 별 감흥 없다는듯 작게 없느니만 못 한 감탄사를 흘린다. 고생 하면서 직접 그리지 말고 그냥 갤러리를 하나 사라니까 애가 고집을 부리네요. 엄마가 덧붙인다. 어차피 이거 아니어도 달리 할 것도 없는데. 가만히 앉아서 아무 것도 안 할 시간에 차라리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면서 생산적으로 시간 보내는 게 낫지. 속에서 울컥 차오른 말은 차마 내뱉지 못 하고 여즉까지 입 안에서 씹고 있던 고깃조각과 함께 꿀꺽 삼켜낸다. 칼을 쥐고 설익은 스테이크를 써는 가느다란 손이 바르작거리고. 역시, 제 손에는 이런 뾰족한 날붙이보다 붓을 쥐는 것이 더 즐거웠다.
지난 몇해 이맘때쯤이면
1-1. 식품 유통 계열 회사 회장 손녀.
1-2. 공동 설립자 할아버지. 대표이사 아버지.
1-3. 팀장 언니. 미국에서 경영 수업 중인 오빠.
1-4. 든든한 지원과 함께 미술 하는 막내 딸.
어김없이 찾아오는 빗소리.
2-1. 문과 반. 별 다른 이유는 없고, 그림 그릴 시간 뺏기기 싫어서.
2-2. 승마. 어렸을 때부터 했어서 골랐을 뿐이야.
2-3. 서양화... 그림 그리는 거, 좋아해.
아침부터 시작해서 낮을 보내고
3-1. 나 물감 아직 다 안 썼는데...
3-2. 이 돈을 도무지 어디에 써야 할 지를 모르겠다.
3-3. 가끔 옥션에 오르는 미술 작품들 사들이는데 쏟아부음.
오후에도 잊힌 듯이 내리는 빗소리.
/ 황동규, 꿈의 꿈 中

그 그림 제가 살게요.
그것도. 아, 그 옆에 것도요.
! 우리는 영 앤 리치 !