윤서우


능소화 피는 계절에

 

 

“ 잡으면, 놓지 않아줄 거에요? 

 

 

 

 

https://youtu.be/9ViuI0vSR8A?si=tSe-AVFW4-40pk0M

 

 

 

 

윤서우

여자애

열여덟

백육십

사십오

 

 

 

 

 

 

 

길던 머리를 잘랐다. 교수님이 머리채를 잡아뜯을듯 흔들며 자르고 오라 할 때도, 알바로 일하던 젊은 강사가 남들의 눈을 피해 몰래 머리칼을 건드릴 때도, 꿋꿋이 기르던 머리를 어깨 위까지 잘라버렸다. 이런 제 독단적인 행동에 부모님은 그저 '너 하고싶은 대로 해.' 라는 반응을 끝으로 제게서 시선을 떼 읽던 신문으로 다시 눈을 돌렸다.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주택은 외관에서 봤을 때 호화롭기 그지 없지만 몇 안 되는 가구와 필요 이상으로 남는 공간이 되려 더욱 빈곤하게 만들었다. 공복. 끼니를 건너 뛰었지만 더부룩한 속은 도통 가라앉을 생각을 안 했다. 그 애는 그랬다.

 

 

비었지만 다른 무엇 하나 들여보내지 않고,

이질적이며, 모순으로 점철되어,

머무는 곳 하나 못 찾아 겉도는

 

군중 속의 외톨이.

무대 위의 마돈나.

차이콥스키의 오데트.

有一은 곧 다른 것들의 無를 의미했다.

 

 

날개 잃은 천사를 더 이상 천사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인가? 어설프게 날려고 하다가는 그대로 추락하는 일 외에는 그 아무도 기다리는 이 없을테다. 날갯짓 한번에 욱신거리는 어깨죽지에도 버텨보겠다고 더욱 무리하게 팔을 뻗고 다리를 뻗었다. 

 

재수 없는 년. 저를 뻔히 앞에 두고서 들으라는듯 숙덕이는 것들이 귀에 닿았다. 귀를 막고 입을 닫는다 해서 그것들을 모를 리 없었다. 진심으로 모르리라 생각하고 제게 그러는 것이라면 멍청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제 관심을 끌려는 것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. 미친 년들. 입 밖으로 내지 못 하고 혀 위로 굴리다 그대로 삼켜낸다. 잇새로 새어나오려는 말들에 댐을 쌓듯 아랫입술을 꽉 깨문다. 깨물린 탓에 번진 새빨간 립스틱 아래로 드러난 맨 입술 역시도 붉게 물들어있었다. 무대 위 조명은 꺼졌고 막은 내렸다. 짙었던 화장을 지우고 굳은 살 진 맨발 위로 양말을 신는다. 끝, The end.

 

그 해 겨울, 회장 내 울리는 수상자 명단과 제 이름을 끝으로 보란듯이 무용을 그만 두었다.

 

 

 

 

공공일일이오

엄마아빠동생

부잣집아가씨

어깨위머리칼

붉게물든입술

손톱옆피딱지

좋지못한습관

현대무용전공

그만뒀지아마

 

왜 그랬대?

 

 

 

 

 

주 윤 희

있잖아요 선배랑 있으면 가끔 그때 그 연습실로 돌아간 기분이 들어요

 

 

 

Fly carry me up and away

An innocent smile an angel's disguise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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