태아란

버블트러블
 

 

https://youtu.be/zlaziXtEyWo?si=K1CWcgMaJt4A7QBJ

 

 

 

태아란

19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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유도부

백팀

 

 

오늘은 일찍 눈이 떠진 탓에, 마침 사놓은 간식거리가 다 떨어지기도 했고, 남들보다 조금 일찍 기숙사를 나와 학교 앞 편의점을 갔다 온 참이었다. 며칠 전에 갔을 때는 없던 제가 제일 좋아하는 쌀X별도 재입고 되었고. 왠지 일이 잘 풀리는 기분에 가벼운 발걸음으로 교문을 지나던 때였다.

 

" 학생, 중학교를 찾는거라면 여기가 아니라 저 쪽인데 말이야. "

 

귓가에 그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기 전까지는 말이야. ( 여기 다닌지 이제 햇수로 3년째인데 외워줄 때도 되지 않았나요... ) 목 끝까지 차오른 말을 애써 눌러담으며 흘깃, 경비 아저씨를 향해 원망스러운 눈빛만 흘리고는 뒷뜰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. 그리 생각은 하면서도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. 이런 제 행색이 고등학생, 그것도 성인의 문턱에 서있는 이의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어려운 모습이라고. 하얀 져지는 잘 빨고 다닌 탓에 눈에 띄는 얼룩은 없었으나 허벅지의 반도 못 덮는 짧은 반바지 아래 드러난 다리 위로는 커다란 반창고가 붙어있었다. 더 아래로 시선을 내리면 발목 위로 올라오는 하늘색과 연분홍색 땡땡이 무늬의 양말. ( 이게 S/S시즌 컬러거든..! ) 이미 지나간 유행이라는 것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양이다. 어깨에 맨 분홍색 백팩에는 제 손바닥만한 고양이 인형이 달랑거리고 있었지. 작은 체구와 햇빛 한 번 본 적 있을까 의심 갈만치 하얀 피부. 가히 체고에 어울릴 법한 모습은 못 되었지만 과자가 잔뜩 담긴 비닐봉투를 들고 있는 팔을 쿡 찔러보면 군살 하나 없이 근육으로 만들어진 탄탄한 몸매임을 알 수 있었다. 그나마 제 나이로 보이게 해주는 것은 염색 한 번 한 적 없는 짙은 검은 빛의 긴 생머리. 조금은 성숙해보이게 해줄까, 싶지만 되려 그 가녀린 인상에 한 몫 더 할 뿐이었다.

 

뒷뜰에 다달아서는 익숙하게 상추가 심어진 화단 앞에 무릎을 굽혀 쪼그려 앉는다. 상추들아 안녕, 맘마 먹자. 그리고 나도 먹자! 과자 봉지 하나를 뜯어서 제 입에 넣느라 바쁘다. 한 켠에 놓여있던 분무기를 집어 칙칙 상추 위로 뿌리기를 한참, 져지 주머니 속에서 울리는 진동에 잠시 과자 봉지를 내려놓고 폰을 꺼내든다.

 

 

" 여보세요? 오빠, 왜? "

[ 오랜만에 연락 했는데 왜가 뭐냐. ]

" ...그저께도 같이 떡볶이 먹었잖아. "

[ ...그건 그렇지만. ]

" 채희가 용건 없는 연락은 받는거 아니라고 그랬어! "

[ 뭐? 야, 태아란. 선택해. 태지훈이야 조채희야? ]

" 으음... "

[ 설마 지금 고민 하는거야? 이 오빠를 놔두고? ]

 

 

이런 영양가 없는 대화의 연속. 괜히 퉁명스레 말 해도 짙은 장난기가 듬뿍 묻어난다. 오빠는 나한테 꿈뻑 못 한다는거 아니까 이럴 수 있지! 한 손으로는 계속 이리저리 분무기로 물을 뿌리며 들고 있던 핸드폰을 어깨와 볼 사이에 끼고는 과자를 향해 나머지 한 손을 뻗었다. 오빠랑 이런 저런 얘기들을 나누며 과자를 입에 넣는 순간,

 

" ......으악! "

 

혀에 와닿는 기묘한 촉감에 단발마의 비명과 함께 기겁하며 뒤로 나자빠졌다. 으으... 바닥에 찧은 탓에 저린 엉덩이를 부여잡으니 하얀 져지가 더러워졌을 생각에 까마득 해진다.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으로부터 왜 그래?! 걱정스레 묻는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와 뒤늦게 정신이 들어. 제 입에 들어왔다 나간 것이 뭔가 보니 과자가 아닌 다름이 아닌 화단에 있던 작은 조약돌이어라. ( 나 설마 지금 과자인줄 알고 돌을 먹은거야...? 이건 오빠한테 절대 말 못 해. 채희한테는 더더욱 못 해. ) 아무 것도 아니라고 얼버무리고는 재빨리 전화를 끊어 다시 져지 주머니 속에 넣었다. 지나가던 아이들의 킥킥 거리는 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아 고개를 푹 숙이고는 괜히 신경질적으로 입 안에 과자를 한 웅큼 우겨넣었다가 금방 목이 막혀 잔기침을 한다. 옆에서 저를 한심한듯 바라보는 팽 씨의 시선이 느껴지는듯 하지만 부러 개의치 않는 척 다시 상추 위로 물을 뿌리지. 자꾸 그렇게 보면 이번에는 엎어치기 할거야! 심술 어린 말에 그제서야 제게서 눈길이 떨어진다.

 

 

 

 

 

태 아란 ( 太 娥爛 )

: 클 태, 예쁠 아, 빛날 란

: 안 큰거 아니까 웃지 마. 대신 예쁜건 맞잖아?

 

1999.05.20

: 괭이밥 (Wood Sorrel) - 빛나는 마음

: 자라타이트 (Zaratite) - 내면의 힘

 

1남1녀

: 프리랜서 아버지, 공무원 어머니, 3살 위의 오빠

: 내 동생이야! 괴롭히지 마!

 

유도부

: 초등학교 시절 오빠 손 잡고 따라갔던 도장

: 체급 맞추느라 고생이야. 여기서 얼마나 더 먹어야돼?!

: 올림픽 최저 체급 48키로... 2키로만 더! 그러니까 간식 먹게 해주면 안 돼요?

 

 

 

 

 

조 채 희 :: 예쁜 내 동생, 오늘은 누가 안 괴롭혔지?

팽 유 정 :: 또 어깨에 들쳐매지고 싶은거 아니면 쉿!

허 난 설 헌 :: 이거 한 입만 먹어보라니까! 이제 내가 질린거야?

 

 

 

 

 

 

 봄이 왔다고 다 서둘러

꽃이 피나요?

늦게 피는 꽃도 있잖아요

 

/김마리아, 늦게 피는 꽃 中

 

 

 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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